어느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. 감독관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향해,“글을 읽기 어려운 분은 말씀하십시오” 하고 말했습니다. 혹 문맹자가 있는 경우를 대비해 문제를 읽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. 이 때 오십대로 보이는 시각장애인 한 분이 손을 드는 것이었습니다. 깜짝 놀란 감독관이 사연을 물으니 “오늘 내 친구가 시험을 보는데 청각장애인입니다. 그래서 저에게 읽어주시면 제가 수화로 친구에게 설명해줄 겁니다.”그가 설명을 하자 장내는 곧 숙연해졌습니다. 면허시험을 보러 온 청각장애인 친구는 양다리도 불편한 상황이었습니다. 그러나 청각장애인 운동능력 측정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붙여 응시한 그 친구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것은 물론 곧 이은 기능 시험에도 당일 응시자 중 가장 훌륭한 운전 솜씨를 보였습니다. 구경하던 사람들이 탄성을 터뜨렸습니다. 감독관도 평소처럼 짧게‘합격’,‘불합격’이라고 말하는 대신,“지금 들어오신 분은 귀가 좀 어두워도 이 세상에서 가장 밝고 따뜻한 눈을 가진 분입니다. 우리 모두 큰 박수를 보냅시다. 24번 합격.”저는 이렇게 탄성을 지르고 싶습니다.“베스트 프랜드다!” 합격의 소리를 듣고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박수를 힘껏 쳤습니다.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나서 친구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의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며 대신해주는 사랑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였습니다. 이런 만남은 이해타산도,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습니다. 만남, 그 자체가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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