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느 교회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. 성탄 이브 행사의 밤이었다. 주일학교 유년부에서 성극을 하게 되었는데 그 성극을 지도하시던 선생님은 고민이 많았다. 그 고민이란 다름 아닌 반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성탄 축하행사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. 고민 끝에 선생님은 말이 어눌한 한 아이의 배역을 간단한 말 몇 마디만으로 그 역을 해낼 수 있도록 처리했다. '방이 없습니다. 방이 없습니다. 빈 방이 없습니다.'
이 말만 해도 되도록 내용을 각색해서 그 아이에게 몇 번이나 다짐 다짐을 해서 무대에 올려 보냈다. 그러나 무대 위에 그를 올려 보낸 선생님은 내심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. 저 아이 때문에 극을 망쳐 놓지나 않을까?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더러 그렇게도 일러서 시킨 말만 하라고 했는데 이 아이는 그 말에다 한마디를 더 보태더라는 것이다. 다름 아닌 '방이 없습니다. 방이 없습니다. 빈 방이 없습니다.' 그래 놓고서는 '그런데 제가 잘 방은 있습니다.'라고 하더라는 것이다. 순간 교인 들이 와르르 웃었을 것은 틀림없다. 교사는 발을 동동 굴렀다. 그런데 실상은 이 한마디 말이 그 날의 성탄절 메시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. 웃던 교인들은 이내 심각한 얼굴로 성탄절의 메시지를 새기고 있었다. 어떤 해의 성탄절보다 뜻 깊은 밤이었다.